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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일상/내 안의 심리 돌아보기

심리상담 후기 01. 첫 방문

by lesrois 2020. 9. 10.

최근의 기분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끝없는 물 안에서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었다.

항상 자신감 넘치고, 에너지 넘치고.. 도전하기를 좋아했던 나. 

조금은 경솔한 말이지만 항상 앞서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게 귀찮아지고, 무기력했다. 동시에 무기력해져있는 나를 인정하기 싫고,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일도 잘 안되고, 하기 싫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끈적거리는 끝없는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  

 

결국 나랑 성격이나,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같은 업종에서 같은 고민을 나누어 왔던 친구였기에 많은 공감을 해주었고, 자기가 도움을 받았던 곳을 추천 해주었다.

 


최인심리치료센터

 

나에게는 참 멀리 느껴졌던 단어, 심리치료.

다소 가격은 비싸지만 정말 얻은 효과에 비하면 엄청 싼거라며 강추하는 친구의 말에 이끌려 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렇게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의 내 상태가 싫을 뿐이었다.

 

퇴근 후 10분만에 도착한 심리치료센터.

마치 엄마같은 느낌의 눈빛이 따스한 선생님이 맞이해주시고, 여러가지 그림을 여러번 그리게 하셨다.

 

 

 

1. 불안

 

그리고 나서 말씀하신 한 단어는 '불안'이었다.

내 무의식 안에 형성되어버린 불안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막고 있다고 하셨다.

원래는 에너지도 많고, 욕심도 많은 사람인데.. 불안때문에 실천을 못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엄마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 나에게도 그대로 전이되었고, 내 무의식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하셨다.

 

과거에 자영업을 하셨던 아버지때문에 엄마는 항상 불안해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퇴직금이 없다." "우리는 안정적이지 않다." "너희들은 안정적인 교사를 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들..

그래서 강제로 보내셨던 교대를 나는 한달 만에 자퇴하게 되었고,

내 20대는 내가 결정한 방향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노력들로 점철되었다.

1학년때부터 시작되었던 인턴과 대외활동, 공모전, 동아리 활동, 자격증, 끝없는 공부....

그렇게 힘들게 올라온 지금의 자리에서, 난 지쳐버린 것이다.

 

 

 

2. 인정의 욕구

 

선생님은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강하게 있다고 하셨다.

그것이 번져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인정받고자 하는, '애정결핍'같은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을 하다가, 그것이 의미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때, 약간은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셨다.

 

현재도 나는 직장생활에서 인정받다가 점점 뒤쳐져가는 모습을 느끼면서,

이것을 참지 못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에게 잘 보이려는데 집중한다면 어딜가서나 비슷한 고민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3. 꾹 닫아버린 입과 지쳐버린 마음

 

나는 남에게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이것이 싫다거나, 요청을 거절한다거나, 내가 힘든 것을 잘 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선생님은 이것들이 누적되어 지쳐버린 것이라고 하셨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말해야 안다고 하셨다.

 

또한, 나는 장녀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것은 없었지만, 우리 집은 그렇게 넉넉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가 잘되어서, 우리 집을 잘 살게 만들어야지.. 하는 책임감이 지금도 있다.

또한 서울에 올라오면서 그런 것들을 더 뼈져리게 느꼈는데, 서울에 사는 1세대로써 나는 많은 것들을 부모님께 물려받지 않고 나 혼자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모든 책임감과 강박관념들이 모여 30대가 아니라, 마치 50대처럼 지쳐버리고 무기력해졌다고 하셨다. 

 

 

 

4. 엄마와 아빠의 중요성, 그리고 어렸을 때 형성된 무의식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은 엄마가 가진 불안에서 전이되며,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자 어른들에게 느끼는 친숙하지 못함은 아빠가 만들어낸 성인 남자에 대한 무의식이라고 하셨다. 신기한 건, 나는 잘 기억을 못하는데도 이것들이 내 뇌에서 시냅스를 통해 뇌의 발달을 이루어 낸다는 것이다.

내가 나중에 부모가 되면 올바른 상과 건강한 무의식을 아이에게 그려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다음주부터 이 곳에서 음악치료를 하게 되었다.

1년 정도 음악을 통해 뇌파를 자극해서, 발달되지 못한 시냅스를 자극한다는 원리다.

 

사실 많은 후기들을 읽어보면서 첫 방문 때 선생님 앞에서 울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길래,

나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데 시작하는 건가..? 하는 반문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일단 이 상태의 내가 너무도 싫다. 

나를 덮고 있는 알을 깨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것 같다.

 

이제 여기에, 그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